"나는 살기위해서 지금도 이런 치욕적인 곳에 따라간다… 경찰 아저씨, 이 사건을 파헤쳐서 범인을 사형시켜 주세요… 이놈 봐라, 이 순간에도 나를 이렇게 협박한다. 토할 것 같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일이 나한테 일어났다. 친구들아 도와줘."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산 아르바이트 피해자의 고모,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실장
'일하던 피자가게 사장에게 협박을 당했다. 협박이 무서워서 내키지 않았지만 모텔에 갔다. 죽어서 진실을 알리겠다. 경찰아저씨, 이 사건을 파헤쳐주세요.’ 충남 서산에서 한 여대생이 남긴 유서입니다. 아르바이트하던 가게 사장에게 누드사진을 찍히고 협박을 당하다 못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건데요.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업주라는 그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성폭행을 했다는 사실에 지금 인터넷을 중심으로 분노가 대단합니다. 아르바이트, 단기계약직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이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죠. 오늘 깊숙하게 들여다보겠습니다. 먼저 유가족을 대표해서 나오신 분입니다. 피해자의 고모를 연결 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조카가 아버지의 차를 몰고 나갔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소식을 들으신 게 언제였죠?
◆ 고모> 10일이요, 10일..
◇ 김현정> 8월 10일. 가족들은 처음에 그냥 단순 자살이라고 생각을 했던 건가요?
◆ 고모> 그렇죠. 그걸 저희도 몰랐어요. 12일에 장례를 치르고 13일, 월요일에 형사님들이 부모님을 나오시라고 한 거예요.
◇ 김현정> 다 자살사건인 줄 알고 장례까지 치르고 났는데 경찰한테 연락이 왔어요?
◆ 고모> 네. 13일에 부모님 같이 들어오시라고. 핸드폰을 조회하다 보니까 얘가 핸드폰에다 유서를 써놓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알게 된 거예요.
◇ 김현정> 유서 내용엔 어떤 게 들어있었던 거죠?
◆ 고모> 사장 얘기가 나오고요.‘경찰 아저씨, 이 수사를 파헤쳐서 이 범인을 사형 시켜 달라.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일이 나한테 일어났다. 친구들아 도와줘.’이런 문구도 있고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그리고 사진 한 장이 나왔죠?
◆ 고모> 사진은 몇 장 보냈다고 범인은 하는데 저희는 보지도 못했고요. 형사님이 그러는데 무슨 사진이 하나 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피해여성, 그러니까 조카의 나체 사진 한 장이 발견됐고. 그래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유가족에게도 알리게 된 거네요?
◆ 고모> 네.
◇ 김현정> 지금까지 경찰조사 내용도 다 들으셨을 거고, 동료나 친구들 증언도 좀 들어보셨어요?
◆ 고모> 10일에 만나기로 한 친구가 있었나 봐요.
◇ 김현정> 피해자 학생하고요?
◆ 고모> 네. 초등학교 동창. 그런데 얘가 9일에 약속을 다 취소했다고 그러더라고요. 못 만날 것 같다고. 그래서 10일에 죽었다는 소식으로 들은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 김현정> 사건 정황을 저희가 다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그러니까 피해자인 조카가 그 피자가게에 근무한 건 언제부터죠?
◆ 고모> 올 1월에서 6월 말까지로 알고 있어요.
◇ 김현정> 한 6개월 정도. 그런데 업주로부터 어떤 협박을 당해 왔던 겁니까?
◆ 고모> 그 형사님이 그렇게 얘기를 해 주시고. 얘 유서를 보고 알았어요. 죽기 전 날, 8일에도.. 집이 약간 시골이에요. 그 근처까지 불러내서 어디 모텔을 갔더라고요. 나는 살기 위해서.. 지금도 이런 치욕적인 곳인데도 따라간다.’그런 문구가 있어요. 그날 있었던 상황을 유서에 써놨더라고요. 그날도 안 만나주면 죽인다, 살린다. 돌멩이로 어떻게 했는가 봐요. 아이를 협박하고 그렇게 해서 데려갔더라고요, 보니까.
◇ 김현정> 그리고는 성폭행을 당한 건데..
◆ 고모> 자살하러 가는 날도 오전부터 계속 협박을 했는가 보더라고요.
◇ 김현정> 무슨 협박이요?
◆ 고모> ‘이놈 봐라. 이 순간에도 나를 이렇게 협박한다. 토할 것 같다.’그런 문구가 있더라고요. 얘가 유서 쓰는 중간에도 계속 협박을 당했구나.. 그걸 알게 됐어요. 유서에서 봤어요.
◇ 김현정> 그 협박 내용은 지금 피의자가 카카오톡 내용을 지웠기 때문에 모르지만, 피해자가 유서를 쓰는 중간에도 계속해서 협박 문자를 보냈다는 얘기군요?
◆ 고모> 네. 그렇게 괴롭힌 것 같더라고요. 유서 쓰는 그 중간에도 아이를 그렇게 괴롭혔더라고요.
◇ 김현정> 혹시 그 동료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피자가게에서도 어떤 협박이 있었나요?
◆ 고모> 알바생들에게 야한 농담을 많이 하고요. 거기 사업장에 알바가 우리 조카 말고도 몇 명이 더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는. 배달도 해야 되고 홀에서 서빙도 하고 그러는가 봐요. 그래서 한 번에 친구끼리 다 거기에 취직했다가 사장이 이상하니까 한 번에, 하루에 다 그만둔 아이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피해자가, 그러니까 조카가 성폭행을 당한 건 자살하기 전 날 하루뿐인지, 아니면 그 전에도 상습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이 부분도 조사가 됐습니까?
◆ 고모> 그건 핸드폰 복구가 안 돼서 저희도 몰라요. 우리 조카 죽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핸드폰 카카오톡이고 모든 증거사항을 지웠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서로 주고받은 모든 내용을 다 지웠군요?
◆ 고모> 그래서 지금 복구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 김현정> 성폭행이 있었다는 건 확실히 인정을 한 거죠?
◆ 고모> 네.
◇ 김현정> 조카는 평소에 어떤 아이였습니까?
◆ 고모> 이 조카가 8년 전에도 오빠를 교통사고로 잃었어요.
◇ 김현정> 오빠 하나가 있어요?
◆ 고모> 있었어요. 그 밑에 늦둥이로 다시 낳은 7살짜리 아이가 있고. 그래서 그런 것 때문에 속이 깊은 아이예요. 엄마가 이 딸내미 때문에 힘을 많이 받아서 살 수가 있었고, 의지도 많이 했었던 그런 아이예요.
◇ 김현정> 학비 벌려고 아르바이트 다닌 건가요?
◆ 고모> 학비는 엄마가 대주고 용돈을 벌려고 그런 거였죠. 나가서 사회생활을 좀 해 보려고 한 1년 휴학하는 동안에 6개월 정도는 장애우들이 있는 특수 어린이집 있잖아요. 거기서 6개월 동안 보조교사로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그런데 정교사가 채용이 돼서 피자가게로 가서 일을 하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
◇ 김현정> 유가족들이 사건을 바라보면서 요구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경찰에, 검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고모> 재발방지를 막자는 거고요. 우리 조카가 이걸 인터넷에 다 알리라고 한 유언의 취지도 있고, 우리 조카로 인해서 이런 사건이 많이 부각 돼서 안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말하자면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약자들이 처한 현실을 좀 사회가 알고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 그게 아마 조카가 남긴 한이겠죠. 그 한을 좀 풀어 달라.
◆ 고모> 우리 조카는 죽을 때.. 눈도 못 감고 죽었어요. 엄마가 감겨줬어요.
◇ 김현정> 이 사건을 정말 낱낱이, 명백하게 수사하기를 저희도 촉구하겠습니다. 오늘 어려운 가운데 인터뷰 고맙습니다.
서산 피자가게 아르바이트생 성폭행 사건, 피해여성의 고모를 먼저 만나봤습니다. 이어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실장 연결해 보죠.

◇ 김현정> 앞서 피해자 가족과의 인터뷰, 어떻게 들으셨어요?
◆ 김종진> 잠재되었던 일이 결국 터졌다고 볼 수 있고요. 우리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던, 특히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벌어진 것이 '결국 올 게 온 게 아닌가' 이런 얘기들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유명한 5대 피자가게가 지금 한 1,400개 정도 되거든요. 여기에 알바생만 해도 9,200명 정도 됩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가맹점 같은 경우에 사업주 한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알바생으로 쓰기 때문에 일하는 곳에서 탈법적인 근로조건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처럼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일이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었는데, 극단적인 사례가 터진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성폭행을 해서 자살에까지 이르게 한 건 아주 극단적이고 특수한 케이스이기는 합니다만, 정도의 차이가 좀 있을 뿐이지 이런 피해 사례가 많이 접수 되고 있는 모양이군요?
◆ 김종진> 탈법적이고 유법적인 근로조건 사건들이나 내용들은 지속적으로 노동부에서 실태조사를 통해 나오고 있고요.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겁니까?
◆ 김종진> 임금체불이나 퇴직금을 주지 않거나 고용관계 속에서 계약기간을 조기에 종료시키거나 하는 사태들은 계속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이고요. 성추행이나 음담패설, 폭언, 폭행. 특히 여성 아르바이트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런 사례들도 자주 접수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성문제와 관련된 것도 많이 접수가 된다는 말씀. 우선 임금체불 문제라는 건 노동청에 신고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 김종진> 일단 제도상으로는 신고하면 되는데요. 잠시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혹은 4~5시간 짧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임금체불을 인터넷이나 혹은 직접 접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서류를 직접 제출해야 되고요. 또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노동청에서 몇 번 오라고 그러면 자기가 귀찮거든요. 그래서 에이, 그냥 말자고 속으로 삭히는 사례가 많습니다. 효과성이 없는 거죠.
◇ 김현정> 앞의 자살한 학생도 한 달에 60만원 정도 받았다고 하거든요. 2, 30만원 못 받는다고 그것 때문에 왔다갔다 하는 시간을 버리는 게 더 아까우니까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씀. 그 다음으로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성범죄에 노출된다는 건데, 어떤 예들을 알고 계세요?
◆ 김종진> 대부분의 사업주가 남성 사장이거나 또 조금 규모가 있다 하더라도 관리자들이 남성입니다. 그렇다 보니까 계약관계나 임금을 매개로 해서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 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유통업이나 레저, 지역사회에서 특히 일어나는데요. 예쁜 여학생만 꼬집어서 회식에 부른다거나 과거에는 미니홈피 일촌 신청을 하고 왜 내 신청 안 받냐.
그리고 요새는 카톡스토리로 친구를 신청 하거든요. 그래서 다음 날 안 오면 일터에서 불이익을 주죠. 그리고 사진, 문자도 보내고. 특히 지역사회에서는 회식 이후에 차가 일찍 끊기거든요. 그러면 자기 차로 태워주겠다, 왜 같이 안 가냐. 이렇게 하면서 이제 여학생들한테 성추행이나 성적으로 간접적인 문제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심하면 이렇게 성폭행까지도 가는 거고요?
◆ 김종진> 네.
◇ 김현정> 이걸 법에다가 호소를 할 수는 없었을까요?
◆ 김종진> 글쎄, 수도권이나 대도시와 달리 지역사회에 있는 아르바이트는 다 친인척 관계의 지역사회, 뻔한 사회거든요.
◇ 김현정> 좁죠. 서로 서로 다 아는 사이라.
◆ 김종진> 한 다리 건너면 알고. 그래서 사실은 가벼운 성추행 같은 경우에도 그냥 삭히는 상황이고요. 사생활이 드러날까 봐..
◇ 김현정> 그래서 그거 한 번 말했다 하면 소문나서 입는 피해가 더 크다는 거군요?
◆ 김종진> 네. 개인의 피해가 더 크고요. 또 증거라든가 명확한 걸 또 증명해야 하는 과정도 있거든요. 그러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이런 것들을 증언 해 줘야 되는데, 동료들도 아르바이트생이고 재계약이나 보복의 우려가 있으니까 지역사회는 더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번에 피자가게 사건도 보니까 서산입니다. 그러니까 지방으로 가면 갈수록 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건데요. 문제는 대책입니다. 이게 대책이 있을까, 어떻게 보세요?
◆ 김종진> 사실은 아르바이트의 근로조건과 관련해서는 어쨌든 형식상으로 노동부가 주기적인 실태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성폭행, 성희롱, 성추행 같은 경우에는 조사가 안 되고 있거든요. 이번을 계기로 해서 여성가족부하고 노동부가 좀 프랜차이즈점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를 긴급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프랜차이즈점의 대책과 관련해서는 프랜차이즈를 신규 설립하거나 혹은 3년마다 대기업하고 가맹을 재계약하거든요. 이 시기마다 성희롱 예방교육이나 노동인권교육, 그리고 그때마다 모니터링을 주기적으로 꾸준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신고도 좀 더 단순화해야 할 것 같은데요?
◆ 김종진> 네. 절차와 과정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많이 활용 하니까 어플로 이런 것들을 정부가 모니터링할 수 있게 신고 제도를 조금 간편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우리 사회에 지금 알바가, 단기계약직이 넘쳐납니다. 그런데 그들이 이렇게 노동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면, 부조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면 큰 문제인 것 같고요. 게다가 지금 피해자가 대부분 청소년이라는 거예요. 청소년 시기에 이렇게 인격적으로 큰 트라우마, 상처를 안게 되면 평생을 좌우하게 될 텐데. 그래서 간단한 문제가 더 아닙니다. 대통령 후보들, 이거 작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런 것부터 속시원히 해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종진> 네. 그러면 더 좋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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